개관 10주년을 1년 앞둔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가 전 지구적 생명체의 민주화를 다룬 특별전시 '봄의 선언'을 앞두고 관련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하며 지역 예술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심포지엄은 현재 '인류세' 이후 세계적으로 가장 주요하게 논의되는 '자본세' 이론을 핵심 주제로 다룬다. 지구에 공존하는 비인간과 다양한 생물종까지 민주주의의 대상으로 오늘날 공동체의 역할과 연대의 의미를 고민한다.
심포지엄에서는 국내에서도 출간돼 화제가 된 '세계 끝의 버섯'의 저자이자 인류학자인 '애나 칭' 과 '자본세'라는 명칭을 처음 명명한 세계생태론 학자인 '제이슨 W. 무어' 가 기조발제자로 나섰다.
이어 비엔날레와 함께 세계 3대 미술축제 중 하나인 '카셀 도큐멘타 15'에서 지난 2022년 첫 아시아 예술 감독 그룹으로 선정된 인도네시아의 '루앙루파'의 멤버 레오나르트 바르톨로메우스, 일찍이 철학자 낭시와 백남준과 동양 정신에 기반한 예술의 의미를 모색했던 김순기 작가 등이 예술을 통한 실천적 과정들도 발표했다.
이후 토론 세션에서는 협력기관의 큐레이터들이 향후 함께 기획할 내년 전당 10주년 기념 특별전시 '봄의 선언'의 모습을 그려봤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논의된 주제와 내용들은 내년 ACC 개관 10주년 전시 '봄의 선언'으로 구성해 관객들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제이슨 W.무어는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위기는 기후와 민주주의의 위기, 5세기 전 인류의 자본주의적 세계관의 위기임을 경고했다. 힘의 논리로, 이윤의 논리로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자연을 한 쪽에 반대쪽에 인류가 있고, 자연을 정복하겠다는 정신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세계를 착취할 것"이라며 "기존의 지식체계와 관념에 도전하고 맞서야 하는 시기가 왔다. 우리는 자본주의가 무너지면 인류도 무너질 것이라는 세력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명의 네트워크에서 인간의 자의는 어때야 하는지, 인간과 비 인간 생명과의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담론에 있어서 예술과 예술기관은 핵심적이면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ACC는 지난 23일 국제회의실에서 독일 ZKM 카를스루에 예술미디어센터와 홍콩 M+ 뮤지엄과 함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작품 공동 창·제작, 전시 등 공동 기획, 아카이브 교류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수한야 래플 M+뮤지엄 관장은 "M+뮤지엄은 시각 문화에 초점을 맞춘 개관 3년차 예술기관이다. 함께 참여한 기관들 중에서는 가장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이번 MOU가 중요한 이유는 ACC 개관 10주년을 1년 앞두고 체결한 것이다. 한국의 중요한 예술기관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라고 설명했다.
또 "내년 '봄의 선언' 전시를 기대하고 있다. 봄의 선언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통찰력을 심포짐엄에서 많이 얻을 수 있었다"면서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많은 분들과 봄의 선언이 어떤 모습이 돼야하는지에 대해 공유할 수 있는 자리였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 ACC는 내년 개관 10주년을 맞아 '봄의 선언'을 비롯한 '내 이름은 아시아', '료지 이케다' 개인전, '미래 운동회' 등 특별전시를 준비 중에 있다. '봄의 선언'은 광주의 민주주의 정신을 토대로 미래의 민주·평화 정신을 예술로서 승화하고 실천하는 대규모 전시로 꾸며질 예정이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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