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억 년의 파도를 머금은 듯 굳어버린 화산암과 누군가의 가난하고 허기진 청춘을 채워주었을 초코파이 한 조각까지. 평범한 일상의 단면들이 삶을 흔드는 예술적 매개체로 변모한다. 전 세계 동시대 미술 담론을 이끌어온 광주비엔날레가 제16회를 맞아 본질적인 삶의 변혁과 시각적 성찰을 요구하는 깊이 있는 주제로 돌아온다. 이번 행사는 오는 9월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72일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한 전남광주 전역을 뜨거운 예술의 무대로 물들인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의 공식 타이틀은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 (You Must Change Your Life)’다. 이는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가 1908년에 발표한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 가져왔다. 부서진 고대 조각상을 마주한 순간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위치가 뒤바뀌고, 더 이상 이전처럼 살아갈 수 없음을 깨닫게 되는 예술적 경이와 성찰의 순간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를 총괄하는 호추니엔(Ho Tzu Nyen) 예술감독은 박가희, 브라이언 쿠안 우드, 최경화 큐레이터와 함께 기획팀을 이끌며, 동시대 사회적·예술적 위기 속에서 개인과 공동체가 나아갈 변혁의 지향점을 제시할 예정이다.

◆국내외 거장과 지역의 서사가 만나는 풍성한 라인업
이번 비엔날레에는 글로벌 현대미술계에서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해 온 국내외 작가들이 대거 합류한다. 강이룬, 라픽 그레이스, 매튜 바니, 로셀라 비스코티, 아만다 헹, 제임스 T. 홍, 율리우스 콜러, 리지아 클라크 등 세계적 거장들이 이름을 올려 기대를 모은다. 국내에서는 남화연, 권병준·박찬경, 정금형, 류한길, 임동식, 우평남 등이 참여해 다채로운 미디어 및 설치,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특히 광주와 남도의 역사·문화적 자산이 전시 서사와 깊게 교차한다. ‘오월어머니집’의 기록과 참여, 제주돌문화공원의 ‘제주 화산암’, 남종화의 맥을 잇는 ‘운림산방(허련·허형·허건·허림·허문·허진)’ 및 ‘허백련(광주농업고등기술학교)’ 등의 유산이 현대 미술 담론과 융합하여 광주만의 깊이 있는 울림을 선사한다.
◆도시 전체가 거대한 미술관… 28개 파빌리온의 물결
2018년 첫선을 보인 후 광주의 대표 문화 브랜드로 자리 잡은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은 역대 최대 규모로 확장된다. 세계 각지의 27개 국가, 도시, 문화예술기관이 참여하여 전남광주 전역에 총 28개의 파빌리온을 구축한다.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폴란드, 스위스, 오스트리아, 브라질,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우루과이, 덴마크, 몽골 등 국가별 파빌리온을 비롯해, 아사쿠사(ASAKUSA), 코가네쵸(Koganecho), 카지노 룩셈부르크, 1646,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UCCN) 등 다채로운 해외 기관들이 광주 시내 주요 미술관과 문화공간을 무대로 한 차원 높은 예술적 교류를 선보인다. 각 파빌리온은 본 전시 주제인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와 공명하며 동시대 미술 담론의 장을 도심 전체로 확장한다.

◆시민과 함께 숨 쉬는 도보 투어 ‘도시 기억의 변화’
이번 비엔날레는 관람객이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도시의 숨결을 직접 느끼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시민 참여형 도보 투어인 ‘도시 기억의 변화 (The Changing Memory of the City)’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을 시작으로 은암미술관, 전일빌딩245, 5·18민주화운동기록관으로 이어지는 코스로 운영된다. 관람객들은 광주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장소를 거닐며 ‘변화’라는 주제를 삶의 현장에서 체감하게 된다. 이 밖에도 개막 주간에는 안젤라 고, 권병준·박찬경 작가의 퍼포먼스를 비롯해 니나 카넬, 제임스 T. 홍, 남화연 작가 등이 참여하는 연계 토크, 전시기획진과 함께하는 큐레이터 투어 등 풍성한 행사가 관람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현주기자 5151khj@mdilbo.com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광주・전남지역에서 일어나는 문화, 여행, 공연 등 다양한 사연과 영상·사진 등을 제보받습니다.
메일 mdilbo@srb.co.kr 전화 062-606-7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