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지난 7일 막을 올렸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공간 이야기 속 담긴 인류세를 풀어낸다. 공간의 이동과 적응 등에 대한 이주 그리고 거주 위기, 도시 속 포화된 공간으로 말미암은 문제, 인간이 아닌 종의 공간을 위협하는 환경 파괴, 기후 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등이 그것이다.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공간을 매개로 하는 만큼 관람객이 전시 공간, 공간에서 이번 주제를 오감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해 눈길을 모은다.
◆전시관 자체도 하나의 작품
각 전시관은 소주제인 '부딪침 소리' '겹침 소리' '처음 소리'로 구성됐다. 이에 따라 각 공간은 이 소주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도록 기획돼 관람객이 몸으로 이를 느끼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전시 전체가 하나의 오페라나 영화를 보는 듯하다"는 니콜라부리오 예술감독의 설명처럼 공간, 공간이 갖는 맥락이 눈에 띈다.
도시의 다양한 소음이 울려퍼지는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면 만날 수 있는 전시 1관은 하나의 도시를 보여준다. 이 공간이 가진 단점인 '낮은 층고'를 활용해 많은 가벽을 세워 지금까지의 광주비엔날레가 보여준 '대규모' 전시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낯선 모습에 '갸우뚱'하게 만들지만 2관과 더불어 1관은 '포화된 공간'을 보여주는 전시관으로 관람객이 밀집되고 직조된 도시 모습을 공간 자체에서 몸으로 느끼도록 의도했다.
4관은 우리가 사는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와의 소통을 다룬다. 미술의 시작이 신과의 소통을 위해 그려졌던 고대 동굴의 벽화였듯 전시장 전체가 거대한 동굴로 꾸려졌다. 깜깜한 전시장에는 벽면 곳곳에 알 수 없는 문양들이 찍혀져있고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도미니크 놀스의 거대한 신작은 동굴 벽화를 연상시키는 점이 흥미롭다.
5관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은 정도로 아주 작지만 이것들이 갖는 세상을 바꾸는 영향력에 대해 살펴본다.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전세계인들의 삶을 바꿔 놓는 미시적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인데,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로리스 그레오의 '신성 급행 열차'이다. 5관에 들어서자마자 싱그러운 향기가 관람객을 반기는데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향기 입자이지만 관람객의 기분을 변화시키고 전시관 전체의 분위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관람객이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한다.
◆새로운 무대 '눈길'
용봉동 비엔날레 전시관 뿐만 아니라 여러 공간에서 다양한 본 전시를 선보였던 광주비엔날레는 올해 양림동을 또다른 본전시 공간으로 꾸며 공간에 대한 탐색을 이어간다.
'소리숲'이란 이름으로 양림동에서는 각각 독립된 공간에서 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한편, 시민 일상 공간인만큼 관객참여에 기반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등 12명의 작가들이 작품을 선보인다. 빈 집에 들어가면 판소리가 울려퍼지기도 하고 어떤 공간에서는 허브가 무럭무럭 자라 주민의 발로 옮겨져 음료가 되는 프로젝트가 펼쳐지는 등 다채로운 작품들로 채워진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에는 전시 일환으로 새로운 공간도 조성됐다.
이전에 아트숍으로 쓰였던 공간과 광주비엔날레 광장 한 편을 '마당 푸드랩'으로 만들었다. 실내는 물론 야외에서 음료와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스타 셰프를 초대해 꾸려간다. 이 공간은 니콜라 부리오 감독의 제안으로 조성된 것으로 음식을 통해 교감을 나누고 함께 어울리며 유대감을 생성, 확장하는 장으로 만들어나간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아트숍은 광장으로 나와 관람객 동선을 편리하게 만들었으며 보다 트렌디한 분위기 속에서 운영된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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