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과 시대의 기억, 수묵에

by 김혜진 기자 입력 2026.07.29 16:59
하성흡 개인전 '도원임중' 31일까지 오월미술관
5년 만의 전시‥형식 확장한
다양한 작업 선보여 '눈길'
개인·공동체 기억 역사되는
신작 '역사의 다리' 비롯해
'다채' 남도 풍경 담긴 작품도
하성흡 작 ‘미황사돌물확1-꽃피고 물흐르네’, 61㎝×73㎝, 한지수묵, 2026

풍경은 단순한 자연의 재현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과 시대의 기억을 품은 장소다. 수묵으로 우리 땅과 한국 현대사를 기록해온 하성흡 작가가 자연과 역사, 공동체를 아우르는 새로운 작품세계를 한자리에 펼쳐 보여 주목된다.

하성흡 개인전 ‘도원임중(道遠任重)-갈 길이 멀다’가 지난 17일 개막해 오는 31일까지 오월미술관에서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앞서 서울 토포하우스에서 열린 뒤 광주에서 다시 선보이는 자리로 하성흡 작가가 오랜시간 이어온 수묵 작업의 흐름과 최근 신작을 함께 만날 수 있다.

하성흡 작 ‘영산강전도’, 114×470㎝, 한지수묵담채, 2024

전시명인 ‘도원임중’은 ‘가야 할 길은 멀고 짊어진 책임은 무겁다’는 의미로 우리 땅과 역사, 사람들의 삶을 기록해 온 하성흡의 예술세계를 함축하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전통 수묵을 바탕으로 자연 풍경을 그리는 데 머물지 않고 한국 현대사의 역사와 지역의 기억, 공동체의 삶을 화폭에 담아왔다.

그가 우리 역사에 천착하게 된 데에는 80년 5월의 기억이 자리한다. 도청의 마지막날 밤, 그곳을 빠져 나오며 후에 꼭 오월 광주를 그림으로 담아내겠다 다짐했던 하 작가다. 이후 1993년 ‘박승희, 장례행렬도’를 시작으로 광주 역사의 한복판을 담아온 그는 오월기록화를 평생 과업으로 삼고 관련 자료를 오랜시간 모아왔다.

하성흡 작 ‘역사의 다리-우리는어디에있는가’, 220x 240cm, 한지수묵, 2024

2019년에는 광주에서 20년 만의 개인전을 열며 2017년 완성한 기록화 ‘1980년 5월 21일 발포’를 내놓아 지역의 관심을 모았다. 전일빌딩과 YWCA, 분수대, 총을 쏘는 군인과 대치 중인 시민들의 모습이 세밀하게 담긴 작품이다.

같은 해 작가는 광산구와 윤상원 열사 일대기 작업을 시작해 2년에 걸쳐 500호 대작 3점을 포함해 12점의 일대기 작업을 완성했다. 이 작업 중에도 작가는 틈나는 대로 80년 5월 광주 모습과 윤상원 열사 초상화 등을 그려 2021년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일대기 작품과 함께 결과전 성격의 전시를 갖기도 했다.

하성흡 작 ‘대흥사 연리지2’, 62㎝×92㎝, 한지수묵담채, 2026

이번 전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의 개인전 이후 5년 만에 펼쳐지는 자리로 그는 대관산수, 인물, 정물, 수묵채색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확장한 작업을 선보인다. 개인과 공동체의 기억을 역사적 장면 위에서 펼쳐내는 ‘역사의 다리-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자연과 인간, 사회를 하나의 세계로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담긴 대형 수묵 작업 ‘영산강전도’ ‘금강전도’ 등이 새로이 선보여진다. 또 여기에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낸 남도의 다양한 풍경 작업도 더해졌다.

김준기 미술평론가는 “많은 작가들이 경력을 정리하는 회고전을 선택할 수 있는 예술인생 40년에 그는 과거를 정리하기 보다 현재를 제시하는 길을 택했다”며 “역사와 현실을 깊이 들여다보면서도 사방천지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성찰과 해찰 사이의 작품 세계”고 평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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