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지 못한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 싶었어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어렵고 힘들 수 있지만 마치 남의 이야기를 읽듯 소설을 읽고 자신의 시간을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더 수월할 수 있죠. 그래서 오월어머니들에게 '소년이 온다' 낭독을 부탁드렸습니다."
25일부터 6월 22일까지 5·18기념문화센터 지하 1층 전시관에서 열리는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 특별전 '소리 없는 목소리'에 대해 기획자 정현주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 대표는 이같이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 2023년 같은 곳에서 선보인 전시로 정 대표와 독일 Art5예술협회 유재현 대표의 기획으로 김홍빈, 심혜정, 정기현 작가가 참여해 오월어머니집 어머니들과 함께 만들었다. 지난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광주를 찾아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내외국민들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5·18기념문화센터가 다시 한 번 이 전시를 추진했다.
전시는 총 세 갈래로 구성됐다. 입구는 그 시작을 알리는 '프롤로그'이다. 기념문화센터 전시실 입구 옆 벽에 기존에 걸려있던 1980년 민주대성회 대형 액자 위에 블루프린트 천을 덧씌운 장소특정적 설치작업 '소년이 온다'이다. 민주대성회 사진 위로 영정사진조차 없이 목숨을 잃은 많은 이들의 존재를 빈 타원으로 나타냈다.
이 전시가 당초 기획된 이유인 '그동안 소리를 내지 못했던 목소리를 기록한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만날 수 있는 작은 서가는 이 전시의 첫 번째 갈래다. '소년이 온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작품과 전시인만큼 '소년이 온다'의 다양한 번역본과 한강 저작의 다양한 번역본을 진열했다. '소년이 온다' 경우 몽골어, 스페인어 등 12가지 언어 번역본을 갖춰 외국인 방문객도 '소년이 온다'를 잠시나마 만날 수 있게 된다.
전시의 두 번째 갈래는 두 편의 영상작업으로 채워진다. 첫 번째 영상은 '어린 새, 소년 2023'으로 '소년이 온다' 속 동호의 시야를 따라간다. 흐릿한 광주의 모습에서 점점 또렷해지는 영상은 직접적으로 보지 않으면 아픈지 모르는 80년 5월을 함축적으로 이야기한다. 두 번째 영상은 '꽃 핀 쪽으로'이다. 80년 5월 이후를 살아가고 있는 6명의 오월어머니들이 '소년이 온다' 제 6장을 낭독한다. 담담하게 읽어내려가지만 결국 자신의 이야기와 맥락을 같이하는 어머니들을 보며 역사를 뛰어넘어 한 인간의 인생을 들여다보게 된다.
전시의 마지막 갈래는 낭독부스이다. 관객들이 '소년이 온다'의 각 단락을 이어 낭독하고 녹음할 수 있는 부스이다. 번역서도 함께 준비돼 외국인 관객도 참여할 수 있다. 눈으로 읽는 것 이상의 교감이 이뤄지는 현장이 된다.
전시가 개최되는 25일 오후 5시30분에는 낭독퍼포먼스가 오프닝행사로 진행된다. 영상 속 목소리로 힘을 보탠 강애심, 권지숙 배우가 참여해 '소년이 온다' 제 6장 '꽃 핀 쪽으로'를 읽는다. 텍스트를 읽는 배우의 목소리는 80년 5월에 숨을 불어 넣고 관객은 그 한가운데 있는 경험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내달 4일 오후 4시에는 전시 연계워크숍으로 '오월이야기-사물의 기억 워크숍'이 진행된다. 영상 속에서 '소년이 온다'를 낭독한 오월어머니 윤삼례, 최은자, 이정덕, 장명희, 김형미가 참여해 시민 참여자들과 5·18기념공원을 산책하며 '소년이 온다' 6장을 함께 읽고 기획자의 해설과 함께 전시를 관람한다. 이어 오월어머니들과 함께 참여자들은 이들이 오랫동안 간직해온 물건을 통해 오월을 공유한다.
유재현 독일 Art5예술협회 대표는 "2023년 전시와 달라진 점은 아무래도 정치, 사회적 환경이다. 지난해 우리는 계엄을 겪게 되며 정치적으로 복잡한 상황과 극한의 대립을 겪게 됐다"며 "이에 따라 이번 전시는 시민과 함께 소설을 함께 읽기도 하지만 계엄 지지에 같이 맞선 시민들과 함께 하고 또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의미가 담기게 됐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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