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수-관객 하나된 웃음과 감동의 시간

by 최소원 기자 입력 2024.10.20 15:43
[르포] 시립발레단 '코펠리아' 공연 현장
부모님과 함께 찾은 어린이 가득
익살스러운 표정과 마임 웃음바다
빠른 턴과 높은 점프에 ‘시선 집중’
화려한 의상·무대 장치에도 눈길
스와닐다·프란츠 향해 기립박수도
광주시립발레단 '코펠리아' 커튼콜 모습

약혼자 프란츠가 코펠리아의 아름다움에 넋이 나가자, 스와닐다는 대사 대신 팔짱을 끼는 마임과 함께 익살스럽고 개구진 표정을 짓는다. 프란츠는 스와닐다의 기분을 춤으로 달래준 후 그 몰래 코펠리아가 있는 창가를 향해 손키스를 날린다. 인형인 코펠리아를 여인으로 착각한 프란츠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보고 객석에서는 웃음소리가 새어나왔다.

광주시립발레단 '코펠리아' 1막 연습 모습. 광주시립발레단 제공

광주시립발레단의 코펠리아 공연은 무용수와 관람객이 하나로 호흡하는 시간이었다. 스와닐다, 프란츠 등의 배역을 맡은 무용수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캐릭터와 하나가 됐고 관객은 이에 화답하듯 주요 장면마다 박수갈채를 보내고 "브라보"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코펠리아는 연금술에 몰두한 괴짜 과학자 코펠리우스와 그가 만든 인형 코펠리아의 이야기를 발레로 표현한 작품이다. 공연은 3막으로 구성됐다. 마을 사람들이 코펠리아를 처음 발견하는 '시골마을 광장'에서 시작해, 스와닐다와 프란츠가 호기심에 몰래 들어간 '코펠리우스 박사 연구실', 코펠리아의 비밀이 밝혀진 후 모두 행복한 가운데 결혼식을 성사하는 '결혼식 축하연'으로 진행됐다.

광주시립발레단 '코펠리아' 1막 연습 모습. 광주시립발레단 제공

1막에서는 코펠리우스와 코펠리아, 실질적 주인공인 스와닐다와 프란츠 커플이 등장한다. 특히 창가에 앉아 가만히 책을 읽는 코펠리아의 모습에 스와닐다가 질투하는 모습에서 희극 발레의 특징이 두드러지게 드러났다. 스와닐다와 프란츠가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이 마임과 오케스트라의 효과음을 통해 귀여우면서도 통통 튀는 발랄함을 느낄 수 있었다. 또 폴란드의 민속춤 '마주르카'와 헝가리의 무용 '차르다쉬'를 차용한 중유럽풍의 안무로 유쾌하고 활기 넘치는 마을 분위기를 묘사해 더욱 활기찬 무대로 꾸며졌다.

광주시립발레단 '코펠리아' 1막 연습 모습. 광주시립발레단 제공

이어진 2막은 스와닐다가 친구들과 함께 코펠리우스의 연구실에 몰래 침입하며 벌어지는 소동이 그려졌다. 막이 열리자 객석에서는 웅성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배경에 서있던 여섯 개의 인형(사람)이 마네킹처럼 꼿꼿이 서있는 모습에 관객들이 사람인지 인형인지 헷갈려 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코펠리아로 변장한 스와닐다의 독무와 그에게 골탕을 먹는 코펠리우스 박사의 감초 같은 연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각각 다른 여섯 개의 인형을 연기한 무용수들의 개성 있는 안무도 돋보였다.

광주시립발레단 '코펠리아' 커튼콜 모습

마지막 무대에는 스와닐다와 프란츠의 결혼식이 펼쳐졌다. 축제날을 맞이해 마을 사람들이 모여 춤을 추며 즐기는 장면에서는 두 무용수의 뛰어난 기량이 가장 눈에 띄었다. 스와닐다의 연속적인 턴에서는 부드러움이, 프란츠의 높은 점프에서는 체공시간이 돋보였으며 이 외에도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모여든 무용수들의 군무로 관객을 실제 연회장에 초대한 것 같은 착각에 들게 했다. '서광', '기도', '시간의 춤' 등 무용수들의 화려한 무대의상도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공연이 끝난 후 커튼콜에서 관객들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기립박수를 쳤다. 한 어린이는 부모님에게 안겨 코펠리아가 진짜 인형이냐고 묻기도 했다.

이날 부모님과 함께 코펠리아를 관람하러 온 정민하 어린이는 "코펠리아가 진짜 인형같이 생겨서 예쁘고 신기했고, 프란츠가 자기를 사랑하는 스와닐다를 놔두고 자꾸 코펠리아에게 관심을 가져서 얄미웠다"며 "친구들이랑 같이 또 보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