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 국가폭력이라는 공통된 역사적 기억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의 광주와 일본의 오키나와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과거의 시간을 올바르게 기록함과 동시에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고 나아가 미래의 희망을 전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광주시립미술관이 지난 2012년부터 매년 갖고 있는 문화도시광주전을 올해는 일본 오키나와의 사키마미술관에서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연다.
문화도시광주전은 광주와 전남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국제무대에 소개하는 자리로 해외기관, 해외작가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번 전시는 '서로 엮은 이야기(Interwoven Narratives)'를 주제로 한다. 해당 주제는 두 지역의 공통적인 특수성에 기인한다.
대한민국은 35년 동안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았으며 해방 이후에도 미국과 소련의 신탁통치, 민족분단과 전쟁, 군사정권과 민주화를 위한 투쟁 등 격동과 파란의 시간이 이어졌다. 특히 광주는 1980년 5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 세력에 항거해 시민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으나 국가의 폭력 아래 많은 국민이 스러졌다. 현재까지도 첫 발포명령자가 밝혀지지 않고 있으녀 공식적 사상자 수 등이 집계되지 않는 등 40년이 더 지난 지금에도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키나와 역시 아픔의 역사를 갖고 있다. 류큐왕국은 17세기 일본의 막번체계에 종속돼 1879년 메이지정부의 폐번치현 정책에 따라 오키나와현이됐다. 일본에 편입된 오키나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이 상륙해 태평양전선 최대의 혈전 장소가 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미군, 일본군에 의한 자국민 피해가 극심했으며 특히 일본은 자살특공대에 민간인을 동원하거나 집단자살령을 내리는 등 자국민의 목숨을 무자비하게 빼앗았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1972년까지 미국이 오키나와를 점령했으나 일본에 반환된 지금까지도 주일미군이 주둔 중이다.
제국의 지배와 국가폭력의 경험이란 공통된 역사 아래 두 도시의 예술가들은 역사를 현재의 시점에서 바라보고 미래의 평화를 위한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전달한다.
참여 작가는 광주·전남 김화순·노은영·박성완·이상호·이세현·이준석·하성흡·홍성담, 오키나와 킨조 미노루·타이라 코우시치·요나하 타이치·이시가키 카츠코·하야토 마치다·나카마 노부에 등 14명이다.
이들은 공통의 이슈를 판화, 회화, 한국화 등 다양한 매체의 어우러짐을 통해 이야기하며 특히 국가폭력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세대들로 이뤄진 이들이 함께 역사를 올바르게 기록하고 전승하는데 방점을 뒀다.
김준기 시립미술관 관장은 "광주와 오키나와는 일본제국의 식민지로, 일제 폐망 이후에는 미군의 주둔, 다양한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등 비슷한 역사와 아픔을 가지고 있다"며 "이번 전시에서는 직접 겪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경험이나 이후 세대들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시도를 작품으로 선보이고 있는데 특히 '서로 엮인' 광주와 오키나와 작가 14명의 교류로 탄생한 전시인 만큼 두 지역의 연대가 앞으로도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가 진행되는 사키마미술관은 오키나와 미군기지 중 하나인 후텐마 비행장에 인접한 곳으로 비행장이 조성된 땅의 일부는 사키마 미치오(佐喜眞道夫) 관장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이었다. 관장은 오랜 협상 끝에 일부를 반환받아 사키마 미술관을 설립했으며, 군용지대로 받은 돈으로 '삶과 죽음' '고뇌와 구제' '인간과 전쟁'을 주제로 한 작품을 수집하고 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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