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당신은 민주주의···우리들의 내일입니다"

by 최소원 기자 입력 2024.08.18 16:11
[르포] '평화의 별, 통일의 강-인동초 사랑' 공연 현장
전 좌석 매진·인증숏 찍는 시민도
배우 이황의·가수 신형원 등 참여
'목포의 눈물' '아침이슬' 열창에
관객들 따라부르며 박수갈채
김 전 대통령 추모곡 감동 선사
김대중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서거 15주기 기념 '평화의 별, 통일의 강-인동초 사랑' 드라마콘서트가 17일 오후 광주 북구 운암동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개최됐다. 광주문화재단이 광주시와 연계한 이번 무대에서 대극장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이 공연을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코리아모던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인동초 사랑 합창단이 협연으로 무대 공연을 완성하고 있다.양광삼기자 ygs02@mdilbo.com

'당신은 민주주의입니다/어둠의 날들 몰아치는 눈보라 견디고 피어나는 의지입니다/몇 번이나 죽음의 마루턱/몇 번이나 그 마루턱 넘어/다시 일어서는 목숨의 승리입니다/…/아 당신은 우리들의 내일입니다…'

광주 밤하늘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아름다운 선율로 수놓아졌다. 김 전 대통령은 민족통일을 넘어 겨레의 지도자, 세계 평화의 상징이 되고 우리 모두의 가슴에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승화됐다.

17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 드라마 콘서트 '평화의 별, 통일의 강-인동초 사랑'이 열렸다. 광주시가 주최하고 광주문화재단이 주관한 이번 무대는 김대중재단의 후원을 받아 진행됐다. 특히 이날 공연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15주기(18일)를 맞아 열린 행사여서 의미를 더했다.

사전 예매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많은 시민들의 관심 속에 일찌감치 전 좌석 매진됐다. 시작 한 시간 전부터 공연장 로비에 위치한 티켓 부스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친구들과 함께 찾은 관객들이 있는가 하면 가족단위로 아이의 손을 잡고 찾은 시민들도 있었다. 일부는 팸플릿 앞에서 인증숏을 찍으며 "빨리 보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17일 '평화의 별, 통일의 강-인동초 사랑' 공연 시작 한 시간 전 공연장을 찾은 광주 시민들이 티켓 부스 앞에서 줄을 서고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중학생 딸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광주 시민 박진기씨는 "호남 민주주의의 상징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기를 다루는 무대가 있다고 해서 뜻깊은 시간이 될 것 같아 방문했다"며 "'드라마 콘서트'라는 장르는 처음 접해보는데, 어떤 식으로 무대가 펼쳐질지 굉장히 기대된다"고 말했다.

코리아모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서곡으로 시작된 무대는 변사 역의 배우 이황의 해설로 진행됐다. 무대는 김대중 역의 소리꾼 이영태의 열연을 비롯해 바리톤 고성현, 테너 장주훈, 소프라노 권로, 가수 신형원과 합창단의 아름다운 하모니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특히 공연 사이사이 김 전 대통령의 육성, 유년기 사진뿐만 아니라 그가 옥중에서 아내 이희호 여사에게 엽서 한 장에 눌러 담아 쓴 1만 4천여 자의 서신까지 다양한 자료를 스크린에 펼침으로써 생생함을 전해주었다.

김 전 대통령의 유년기와 정계 입문까지의 삶을 다룬 1막에서 단연 눈에 띄는 무대는 호남을 대표하는 가요 '목포의 눈물'이었다. 이 노래는 프로야구 해태 타이거즈의 팬들이 민주화를 염원하고 군부독재정권에 대항하기 위해 힘차게 울부짖던 곡이기도 하다. '사~공의 뱃노래~가물거리면 삼학도 파도 깊이~' 김 전 대통령의 첫 부인 차용애 역을 맡은 권로의 목소리로 '목포의 눈물'이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기다리기라도 한 듯 함께 손으로 박자를 맞추고 노래를 따라불렀다.

김 전 대통령이 내란 음모 사건으로 투옥되던 시기를 풀어낸 2막에서는 '아침이슬'과 '상록수'가 울려 퍼졌다. 최근 타계한 김민기가 작사 작곡한 이 노래는 민주화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노래다. 고성현 바리톤과 합창단의 힘찬 하모니가 무대를 채우자 관객들은 열띤 호응과 함께 박수갈채를 보냈다.

17일 '평화의 별, 통일의 강-인동초 사랑' 공연에서 전 출연자들이 관객과 '우리의 소원'을 부르고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김 전 대통령 추모곡 '당신은 우리입니다'는 가수 신형원의 목소리로 울려퍼졌다.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으로 가득 찬 그의 삶을 담은 가사가 신씨의 절절한 음색과 어우러져 관객들의 가슴 속에 커다란 울림을 선사했다.

막을 내리는 곡은 '우리의 소원'이었다. 모든 출연진이 함께 무대에 올라 관객들과 함께 부르는 시간을 가져 통일에 대한 염원을 입을 모아 노래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여운에 잠겨 한참이나 막이 내린 무대를 바라보며 자리를 뜨지 못하는 시민도 있었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김상철씨는 "하의도라는 작은 섬에서 태어나 우리나라의 민주화와 통일, 화합을 위해 수차례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신념으로 이룬 업적을 후손들이 결코 잊어선 안 된다"며 "더욱이 현재 벌어진 정치·외교·경제 등의 위기 상황에서 그분의 삶과 철학을 되돌아 봄으로써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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