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를 이르기까지 우리가 12년 동안 배우는 과목이 바로 국어와 수학입니다. 국어는 왜 배우는지 설명하지 않더라도 많은 분들이 그 이유를 알고 있지만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잘 모르죠. 수학을 쉽게 접하게 하고 싶어 기획한 것이 이번 전시입니다."
지난 10일 시립미술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전시기획자와의 대화'에서 홍성미 기획자는 이번 '우주의 언어-수'를 기획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대화는 학부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이후 미술학 석사, 미술사학 박사를 취득한 홍 기획자가 수학의 중요성과 수학과 예술의 상관관계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참여자들과 함께 전시를 투어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홍 기획자는 '수학은 무엇인가' '수학으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수학, 왜 공부하기 어려울까' '수학공부, 어떻게 하면 즐겁게 할 수 있을까' 등 4가지 질문을 토대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4대 문명은 모두 수학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수 없이는 문명이 원활하게 만들어질 수 없음을 의미한다"며 "수학자인 유클리드가 정리한 기하학은 2천년이 넘게 인류가 배우고 있을 정도로 긴 역사를 갖고 있으며 17세기 과학과 수학의 발전은 우리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후 산업혁명 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수학은 오늘날 로봇, 인공지능에 활용되는 등 수학은 오랜 시간 우리 생활과 함께 해왔다.
홍 기획자는 "그럼에도 내가 수학자가 될 것도 아니고 관련 분야에서 일할 것도 아니면 왜 수학을 공부해야하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수학은 우리 논리체계의 기초가 된다"며 "우리가 수학을 학교에서 배우도록 한 사람이 수학자가 아닌 철학자 플라톤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승인 소크라테스가 처형을 당해 사망한 이후 플라톤은 피타고라스를 만나 수학 공부를 하게 되며 수학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됐고 고향으로 돌아와 학교를 만들었을 때 '수학을 모르는 자는 이곳에 들어오지 말라'는 푯말까지 붙일 정도로 수학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며 "후에 그가 이상적인 국가를 만드는데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리한 '국가론'을 쓰게 되는데 이 책에서도 그는 정의롭고 공평한 통치를 하는 지혜로운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수학을 필수로 10년 동안 공부해야한다고 정했고 이것이 우리가 학교에서 수학을 공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학을 공부하면 논리적 사고와 이성적 판단력, 끈기와 인내심, 실패를 통한 성취, 성실함, 협동심과 배려, 창의력을 얻을 수 있다 덧붙였다.
이번 전시 또한 수학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하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수학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 기획했다고 홍 기획자는 전했다. 이와 함께 전시 기획과 가장 어울리는 작품으로는 홍혜란 작가의 '오일러 공식'을 꼽았으며 김주현 작가의 '뫼비우스의 띠', 김현호 작가의 칠판 퍼포먼스인 '경제의 수리적 표현: 최적화와 균형'도 추천했다.
그는 "추상언어인 수를 뼈에 선을 긋는 것으로 나타내기 시작한 수학과 미술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수를, 또 수학을 시각화해 아름다운 전시로 수학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자리이니 꼭 한 번 관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성미 전시기획자와의 대화'는 8월 7일 다시 한 번 진행될 예정이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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