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우 움라우트를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을까?'

by 김혜진 기자 입력 2024.04.10 16:43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 신영희 개인전 내달 4일까지
작가 개인적 경험 통해
'언어와 신체성' 이야기
말, 그 이상의 의미 공유
신영희 개인전 '다양한 형태의 ?' 시리즈

외국어가 서툰 사람이라면 해외에서, 외국인과의 만남에서 답답함을 으레 느끼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을 정확히 전달하지 못하고 긴 시간을 들여 말해야하는 것에서 오는 좌절감은 무엇 때문일까. 낯선 사회 안 이방인의 고군분투를 시각화하고 이를 통해 '말'의 의미를 알아보는 전시가 마련돼 눈길을 모은다.

양림동에 자리한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가 기획초대전으로 신영희 개인전 '어떻게 우 움라우트를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을까?'를 지난달 20일 개최해 내달 4일까지 진행한다.

'어떻게 우 움라우트를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을까?' 전시 전경

이번 전시는 '언어와 신체성'에 대한 작가의 질문과 만나는 자리다. 우 움라우트는 독일어 모음 가운데 이중모음을 의미한다. 이 이중모음을 읽는 방식은 두 글자 조합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은데 소리의 조합 원리를 안다해도 이를 소리낼 수 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모어(母語)에 동일한 음가가 없다면 발음하는데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 독일어를 배우고 있는 작가도 마찬가지다.

전시에서 만나는 작품들은 우 움라우트, 그 중에서도 ??를 발음하는 일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 기록물이다. 사진과 드로잉은 ??를 발음하는 입과 그 안쪽을 2차원적 이미지로 보여주고 발음하는 입 모양을 본떠서 영상으로 남긴 기록은 보다 입체적으로 이를 보여준다.

작가는 ??를 발음하는 사람들의 입안 구조를 관찰하고 이를 촉각적으로 경험하기 위해 치과용 알지네이트를 이용했다. ? 를 발음하는 독일인 입의 안쪽 모양을 떠서 사진으로 기록하고, 이 입모양을 가지고 새로운 몰드를 만들어 발음하는 입모양의 얼음을 만들었다. 얼음조각에는 혀와 근육을 위치시켜 ??를 발음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이같은 기록물을 바라보는 관람객은 이주자로서 작가가 끝까지 극복할 수 없었던 신체적 경계가 언어임을 마주하게 된다. 자신의 모든 언어적 자원을 동원해서라도 소통의 타협점을 찾으려는 작가의 노력을 바라보며 관객들은 언어의 서투름이 이주민을 사회에서 돌출시키는 사회적 약점임을 목격한다.

신영희 작가는 "이전에도 언어가 사람들의 몸에 흔적을 남기는 방식이나 언어가 성격이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찰해왔으나 '말하기'를 주제로 한 작업은 이번 작업이 유일하다"며 "특정한 발음의 신체적인 구조를 촉각과 통각으로 경험해 내는 장면을 구체화한 작업을 통해 이방인으로서 새로운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 위해 원래의 익숙한 신체를 변형시키는 지난한 과정과 그에 따르는 어려움을 드러낸다"고 설명한다.

이번 전시를 주관하는 포도나무갤러리의 정현주 관장은 "말은 우리 자신의 정체성과 분리됨 없이 행동의 일부로서 타자의 것과 교차하고 흐른다"며 "말은 말하기 그 이상의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그의 끊임 없는 노력을 통해 그 이상의 의미를 만나보길 청한다"고 말했다.

월, 화 휴무.

김혜진기자 hj@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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