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룸’은 아파트와 주택가 틈이나 골목 사이로 촘촘히 자리해 있다.
원룸은 이제 도시의 흔한 주거공간이자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세태의 상징이 됐다.
광주에서 활동 중인 성보경 소설가의 연작소설 ‘첨단 칸타타 빌라’(걷는사람刊)가 출간됐다. 전작 ‘어쩌면 지금’에서 산업화 시기 소외된 계층의 슬픔을 바라보던 소녀는, 이번 작품에 이르러 광주의 한 원룸 건물주가 된다.
‘첨단 칸타타 빌라’는 바로 그 변화의 자리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이야기다. 개인의 삶과 시대의 기억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작가는 다시 한번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며 관계와 윤리의 문제를 조용히 질문한다.
‘첨단 칸타타 빌라’는 현대 도시에서 가장 익명적인 공간인 ‘원룸’을 무대로 펼쳐지는 연작소설이다.
건물주와 세입자라는 자본주의적 관계가 만들어 내는 긴장과 균열 속에서, 이 소설은 돌봄과 윤리, 욕망과 기억이 어떻게 스며들고 교차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 낸다.
월세 대신 장미꽃을 내미는 기성세대를 상징하는 경우 없는 경우 씨부터, ‘MZ세대’로 불리며 고장 난 문 앞에서 허상과 현실 사이를 배회하는 강솔과 어린이집 교사 이루다까지. 이 낯선 인물들 앞에서 견고하다고 믿었던 하나의 세계는 속절없이 흔들린다. 소설은 건물주인 화자와 세입자들 사이의 갈등과 위태로운 화해를 통해 타인에 대한 이해의 가능성과 불가능성 그 자체를 응시하며, 그 과정에서 돌봄과 규범을 비롯한 지극히 세속적인 삶의 진실을 스며들게 한다.

성보경 소설가의 세계에서 역사는 거대한 서사가 아니라 설명되지 않는 연대의 부채감 속에서 현재형으로 작동한다. 작가는 월세 밀린 방과 어색한 재회로 표현되는 일상의 균열부터 지극히 평범하고 때로는 누추하기까지 한 삶의 장면들 속으로 역사의 흔적을 끌어들인다. 베트남 전쟁, 부마 항쟁,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 우리가 거쳐 온 근현대사의 상흔은 조용히 호출되며, 원룸이라는 파편화된 개인의 공간은 가장 사적인 동시에 가장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장소로 변모한다.
이 소설은 우리가 기꺼이 흔들리며 살아가는 세계를 담은 따뜻하고 정직한 기록이다.
문순태 소설가는 “ 소설집에 실린 일곱 편의 소설은 첨단 칸타타 빌라에 입주하여 살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 ”며 “원룸 주인이며 화자인 나는 이 세입자들과 끊임없이 접촉하면서, 크고 작은 갈등 관계 속에서도 이해와 화해로 서로를 따뜻하게 감싸안아 준다. 가난하고 외로운 삶 속에서도 끈끈한 인간애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성보경 소설가는 지난 2015년 창작촌 신인상, 제5회 목포문학상 신인상 당선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국민교육헌장’, 연작소설 ‘어쩌면 지금’을 펴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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