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詩語로 써내려간 분노와 위로

by 최소원 기자 입력 2025.05.07 17:11
[박종화 시집 네번째 '치밀한 빈틈' 출간]
평양 경험 이후 23년만에 선봬
시대 위선·거짓 고발하며 반성
치열한 삶 노래한 80여 편 담아
"현대인 삶 점검하는 계기 되길"
박종화 시인

'병 주고 약을 주는 계급이 있구나/양면을 모르고 한 면만 아는 맹목의 계급이 있구나/말과 행동이 맞지 않는 갈지자 계급이 있구나'('계급이 있구나' 중)

민중음악가, 싱어송라이터, 서예가 그리고 공연 연출 총감독 등 '만능 엔터테이너'로 활동 중인 박종화 시인의 시집 '치밀한 빈틈'(문학들)이 발간됐다. 평양에 일주일 간 머문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기행 시집 '지금도 만나고 있다' 이후 23년 만에 선보이는 네 번째 시집이다.

'치밀한 빈틈'은 우리 시대의 위선과 거짓에 대한 고발이자 반성을 담았다.

박종화 시집 '치밀한 빈틈'(문학들)

시인은 적당히 가장한 우리 사회의 허위와 광기에 대해 '치밀한 빈틈/악마의 빈틈//늘/곁에 있다'('치밀한 빈틈' 중)고 외친다. 그렇게 외치다 그만 목이 쉰 그는 또한 '흐린 날 그대가 없었다면 바람 부는 날 그대가 없었다면 청춘 시절을 지나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노래한다.

이번 시집에는 시인의 치열한 삶을 대변하는 84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그는 전남대학교 재학 중이던 1982년 박관현 열사 사망 항거 투쟁 당시 체포됐다. 1988년에는 전남대 '오월특위' 부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산하 통일결사대 정부종합청사 시위 사건으로 구속됐다. 1990년에는 창작곡 1, 2, 3집을 발표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돼 1년 6개월동안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시인은 다재다능한 사람이지만 그것이 흔히 말하는 감투의 표상이거나 자화자찬의 허명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가 민중음악가이자 서예가요, 공연연출 감독이자 시인인 것은 그가 걸어온 길의 흔적이자 이정표들에 다름 아니다.

관념이 아닌 현실을, 위선이 아닌 진실을 직시하는 시인의 전언에서, 진심을 담아 전심전력으로 살아가는 오늘 이웃들의 초상을 떠올리게 된다.

시인은 "명확한 한 주제를 가지고 창작하려다 보니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며 "이번 시집에 담긴 84편의 시들은 모두 왜곡·배신·배반을 주제로 한다. 지금까지 다양한 활동을 해오며 느꼈던 감정들을 담았고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삶을 점검하고 가라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수 백자는 추천사에서 "몸부림입니다. 세상에 길들여지지 않으려는 치열한 투쟁, 사랑과 믿음을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는 불면의 모대김입니다"라며 "진실을 향한 눈빛, 늙지 않는 청춘, 퍼내도 마르지 않는 열정으로 외치는 배반에 대한 철저한 증오는 국민을 배반한 대통령을 심판한 봄날에 듣는 환희의 합창입니다. 형의 시 덕분에 다시금 큰 자극을 받습니다"고 밝혔다.

박종화 시인

박종화 시인은 1963년 광주에서 태어나 1982년 전남대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했다. 1987년부터 음악 활동을 시작해 30여 차례의 단독 공연과 '파랑새', '지리산' 등 400여 곡의 창작곡을 발표했다. 1992년 시집 '바쳐야 한다' 외 2권을 펴냈으며, 서예 활동으로 2007년 개인전 '소품'을 시작으로 '나의 삶은 커라', '오월', '서예콘서트' 등을 열었고, 서예산문집으로 '나의 삶은 커라' 외 3권을 출간했다. 현재 그는 '30주년 5·18전야제' 외 다수 프로젝트 총감독으로 참여하는 등 현재까지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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