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발표된 문순태 작가의 대하 장편소설 '타오르는 강'은 한국 근대사의 아픔을 겪은 민초들의 삶과 한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한국 소설 가운데 처음으로 노비를 중심으로 다룬 작품으로, 노비 세습제가 폐지된 1886년부터 광주학생독립운동이 발발한 1929년까지 나주와 영산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굵직한 사건이 담겼다.
'타오르는강문학관'이 나주시 예향로에 재단장돼 오는 4일 개관식을 갖는다.
이번 행사는 문순태 작가를 비롯해 나주시장,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다. 오후 2시40분께 나주시립국악단의 식전 축하공연 '터밟기'를 시작으로 나주시립국악단이 '영산강 처녀', 나주시립합창단이 '희망의 나라' 등을 축하공연으로 선보인다. 또한 이미란 전남대 국문과 교수가 '영산강과 타오르는 강'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진행한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굴곡진 시대에 영산강에서 태어나 한(恨)에 주저앉지 않고 살아낸 나주인의 삶이 소설 '타오르는 강'으로 되살아났다"며 "문학을 통해 영산강의 인문 가치를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소설 속 무대인 일본인 지주 가옥을 문학관으로 새롭게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타오르는강문학관은 소설 속 주요 배경인 영산포 지역 근대건축물에 마련됐다. 1930년대 지어진 일제강점기 나주의 대지주 '구로즈미 이타로'의 가옥을 올해 초부터 리모델링해 문학관으로 탈바꿈한 것으로, 작가의 작업실과 소설 관련 자료, 육필원고 전시실, 소장 도서실 등으로 꾸며졌다. 문학관 앞에는 작품의 1권 '대지의 꿈'부터 10권 소설어 사전까지 기둥 줄거리를 담은 '타오르는 강 스토리'가 설치돼 방문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문순태 작가는 소설 속 주요 배경이자 전라도민의 젖줄과도 같은 영산강에 설립된 문학관 개관에 대해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그는 "생태적 고향 담양을 떠나 작품의 고향 나주로 돌아왔다"며 "앞으로 마지막 날까지 영산강과 함께 살 것"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문 작가는 다시 '강의 시대'를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작품 속 담겨있는 정신을 되살릴 수 있도록 '영산강 문학'을 다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문 작가는 젊은 층에게 소설 '타오르는 강'을 많이 읽히고 싶다는 소망도 갖고 있다. 영상시대가 시작되면서 소설이 점차 외면받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더욱이 장편소설이 읽히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일 수도 있지만 영산강을 배경으로 한 우리 근현대사를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는 게 문 작가의 설명이다.
향후 영산강 문학을 재조명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영산강을 소재로 한 작품을 쓴 박화성 소설가부터 방앗골 혁명을 쓴 오유권 소설가, 승지행·이상문 소설가, 나해철 시인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작가들과 폭넓은 작품 세계를 다루게 된다.
문예창작 강좌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문 작가는 생오지에서 18년 머물며 시와 소설, 에세이, 아동문학 장르의 문예창작을 지도해 41명을 등단시킨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뿐 아니라 서울에서조차 명성을 얻을 정도였다. 타오르는강문학관 문예창작 강의를 통해 광주는 물론 서울을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를 양성하겠다는 포부다.
한편 1941년 전남 담양군 남면에서 출생한 문 작가는 광주고 재학 시절 다형 김현승 선생에게 시작법을 배우기도 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시로 당선, 조선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타오르는 강', '고향으로 가는 바람', '인간의 벽', '걸어서 하늘까지' 등을 펴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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