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삶·작품 통해 전해진 울림·감동의 시간

by 최소원 기자 입력 2024.09.30 16:27
[김남주 30주기 추모문학제 성료]
한국작가회의 등 200여명 참여
3개국 국제학술심포지엄 주목
가수 백자 시 작품 노래로 박수
토박이 총체시극 관객과 호흡
청년 문학제서 헌정시 낭송도
28일 진행된 추모문화제에서 극단 토박이가 선보인 총체 시극 '은박지에 새긴 사랑' 공연 모습

'…너무 울어 버린 이 고을 사람들의 잃어버린 이름들 곁으로/그대 이름을 다시 보내야 하는 이 아침/어찌하여 그대의 죽음은 저 대설(大雪)처럼 빛나는가'('그대, 뇌성번개 치는 사랑의 이 적막한 뒤끝')

민족시인 고(故) 김남주의 30주기를 추모하는 문학제가 시인의 고향 해남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 한국작가회의 회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번 행사는 시인의 삶의 궤적을 따라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지난 28일부터 29일 이틀에 걸쳐 김남주 시인 생가를 비롯한 해남 곳곳에서 열린 행사는 학술 심포지엄과 전시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시인의 삶을 조명해 의미를 더했다.

특히 첫날 열린 김남주 시인 30주기 기념 국제 학술 심포지엄은 국내·외 유수의 전문가가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매년 가을 진행된 김남주 문학제 규모를 확대, 몽골과 베트남 등 3개국이 참여하는 국제 심포지엄으로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시인의 문학정신을 아우르는 '문학과 자유-그대는 타오르는 불길에 영혼을 던져보았는가'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지난 29일 김남주 시인 생가에서 진행된 청년문학제

이날 염무웅 문학평론가는 '오늘 다시 호출된 김남주'로 기조강연을 펼쳤다. 염 평론가는 김남주 시인의 문학적 '뿌리'에 대한 설명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시인은 크게 서구의 진보적·저항적 문학 정신과 농민의 아들로서 토착적 정서, 두 개의 문학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며 "이 두 개의 뿌리가 하나로 만나는 지점에서 '김남주 문학'이 탄생한다"고 말했다. 또 시인의 고향 해남이 투옥 생활 후 시인이 느꼈던 이념적 혼돈과 방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저력이 나온 배경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염 평론가는 특히 시인의 데뷔작 '잿더미'의 시구를 인용, 131년 전 동학 농민군의 정신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인의 작품 '잿더미'에서 알 수 있듯 시인은 죽음으로부터 다시 일어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오늘 이 자리가 시인의 타계 30주기를 맞아 그 정신이 되풀이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염무웅 문학평론가가 김남주 시인 추모 30주기 기념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서 기조강연을 펼치고 있다. 땅끝순례문학관 유튜브 갈무리

이어 '김남주 평전'의 김형수 작가, 김영삼 전남대 교수, 남바프레브 몽골 시인 등은 1부 '대지의 노래'를 주제로 시인의 민족정신이 담긴 작품과 역사적 배경을 돌아보는 발표를 진행했다. 2부에서는 '문학과 자유'를 주제로 천티마이난 베트남 호치민시 국립대 교수, 박수현 충남대 교수, 방민호 서울대 교수 등이 시인의 작품 속 드러난 '자유'와 시 세계 등을 짚었다.

해남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는 추모문화제와 전국 문학인의 밤 행사가 진행됐다. 추모 문화제에서 총체 시극 '은박지에 새긴 사랑'을 선보인 극단 토박이는 시인의 10여 년의 감옥 생활과 그를 옥바라지했던 한 여인의 헌신적 사랑, 시인의 시가 사람들에게 들불처럼 옮겨 가는 과정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또한 가수 백자는 김남주의 시를 원작으로 한 '고목' '죽창가' 등을 노래해 진한 울림을 선사했다.

지난 29일 김남주 시인 생가에서 진행된 청년문학제

이튿날 김남주 생가에서는 익천문화재단 '길동무'의 주관으로 청년 문학제와 땅끝 해남 순례가 열렸다. 한국작가회의 젊은 작가포럼 등이 참여, 헌정시를 낭송하는 등 그의 문학세계를 추모하고 계승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김경윤 김남주기념사업회 회장은 "이번 30주기 추모 문학제에서는 시인의 삶을 심포지엄·전시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함으로써 오늘날 시인의 작품 세계를 다시 한 번 들여다 볼 수 있어 의미가 컸다"며 "앞으로도 매년 가을께 진행될 김남주문학제에도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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