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영원하다지만, 예술 작품은 영원하지 않다. 종이나 캔버스는 오래되면 삭고 바스러진다. 물감은 색이 변하며, 말라서 갈라지거나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곰팡이와 박테리아가 얼룩을 남기고, 벌레나 쥐가 그림을 갉아 먹는 일도 생긴다. 심지어 찢어지거나 불타버릴 수도 있다. 그림만 아니라 조각, 도자기, 미디어 아트 등 모든 작품은 잘못하면 쉽게 훼손되고 파괴된다.
이 책에서는 보존·복원 전문가 두 사람이 미술관에서 실제로 이뤄지는 예술 작품 보존·복원 과정을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그동안 알지 못했던 예술의 새로운 세계를 알려 준다. 알차게 구성한 전문적인 지식과 자료가 놀랄 만큼 자세하고 풍부하며, 그 내용이 도난당한 초상화를 되찾아 복원하는 이야기 속에 녹아 들어가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다.
책은 '휴고 폰 랑엔슈타인의 초상화'라는 가상의 작품이 도난당하면서 시작한다. 도난과 그 후의 방치로 여기저기 손상을 입은 그림을 미술관의 보존·복원 전문가들이 복원하면서 보존과 복원에 관한 여러 정보들이 소개된다. 어떤 손상을 입었는지, 원래의 그림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진단하는 일부터 찢기고 갈라진 그림을 원상태로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예술 작품의 보존과 복원에 어떤 기술과 지식이 필요한지, 그 일이 얼마나 흥미롭고 중요한 일인지 자연스레 이해하게 된다.
일반광에서 자외선과 적외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광선으로 예술 작품을 검사하는 방법, 작품에서 아주 작은 표본은 떼어 내 성분을 분석하는 방법, 그림을 그리는 데 이용되는 다양한 화구와 색깔을 내는 안료, 예술 작품이 걸릴 수 있는 여러 '병', 작품을 갉아 먹는 무서운 벌레, 예술 작품을 보존하는 최적의 환경을 만드는 방법 등에 대한 소개는 다른 곳에서 찾아 보기 힘든 내용이며, 예술을 보는 안목을 한층 더 높여준다.
김종찬기자 jck4151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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