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 없어도 사람들에게 희망 용기 전합니다"

by 최민석 기자 입력 2024.06.11 15:00
우현준 시인 자전소설
'스물다섯 스물아홉 꿈꾸는 인쟁기’ 출간
시력 상실 후 눈물로 얼룩진 삶
고귀하고 지순한 사랑 장애 극복
절절한 절망 끝 어둠 속 등불 밝혀

그는 지난 2022년 9월 11일 실명했다. 시력을 잃는다는 것은 단순한 신체의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다 잃은 것과 같다. 사물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사람의 모든 행동이 눈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실명 판정에도 삶을 놓지 않앗다. 오히려 삶에 대한 의지와 마음가짐을 단단히 했다.

시인 우현준의 자전 소설은 눈물 없이는 읽기 힘든 진실되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서서히 실명하며 이제는 거의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소설을 탈고했고, 그렇게 완성된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우현준 작가가 최근 자전소설 '스물다섯 스물아홉 꿈꾸는 인쟁기'(고요아침刊)를 펴냈다.

사람이 끄는 쟁기라는 뜻을 가진 '인쟁기'를 짊어진 우현준 시인의 이번 소설집은 삶의 고비를 겪고 있는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다시 일어날 용기를 준다는 측면에서 출간 의미가 지대하다.

그를 지도한 이지엽 시인(경기대 명예교수)은 이 소설만 세 번을 읽었다. 그는 " 아무리 좋은 소설도 이렇게 읽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묘한 매력과 감동, 나는 나도 모르게 울었고 아팠고 박수를 쳤다"고 말했다.

우현준 작가는 인간에 대한 더운 신뢰와 아주 작고 미미한 것이라도 고귀하고 지순하게 여기는 사랑의 소유자이다.

그는 소설 속에서 듣지 못하는 규리가 불 꺼진 병실에서 토닥이며 나지막이 부르는 어머니의 찬송 소리를 꼭 들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한다. 그래서 팔 저울에 빛의 세계와 소리의 세계를 얹으면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다는 명구를 보여준다. 보지 못하지만 듣지 못하는 이의 마음을 헤아린다.

영동선과 중앙선, 북영주선이 삼각형 모양으로 막힌 사글세 6만 원짜리 문간방의 삼각지의 삶은 어떤가. 네 살 은지와 여섯 살 은구, 아홉 살 윤후……이사한 첫날부터 가스레인지에 물을 데워 아이를 씻기니 얼마나 착한 전도사인지 모른다. 형에 대한 사랑과 준서에 대한 사랑에 대해서는 눈물이 앞을 가린다. 장판 두 개가 만나는 방 중간에 바퀴 달린 행거를 놓고 이불을 얹은 애절한 사랑에서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해나를 위해 올리는 "저 사람이 가는 길을 지켜주옵소서. 제가 기도하지 않는 내일에도 지켜주옵소서"라는 눈물의 기도는 뼛속을 저리게 한다.

그러나 이 소설의 진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절절함의 절망 끝에서도 팔딱팔딱거리는 생명과 희망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둠 속으로 영혼의 등불을 들고" 감연히 걸어가면서도 빛을 이야기한다. 짧고 힘 있는 문장이 용틀임을 친다. 시적진술에서는 감성의 상상력이 날개를 친다. 꽃자리에서 나뭇잎 밀고 올라가는 힘을 믿는 다부진 결의가 숨어 있다.

복지카드는 숨겨도 시각장애는 숨기지 못하지만 가난을 딛고서면 수급자도 해지될 것을 믿으며 붉은 전차처럼 목표를 향해 달린다. 쇠파이프에 벽돌 네 개를 노끈으로 묶어 아령을 하고 벽돌 열 개를 묶으면 역기를 한다. 고통스러워도 단단한 근육을 만든다. 은지를 목마 태우고 앉았다 일어났다 반복하면서 하체를 단련시킨다. 결코 좌절하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 이 소설은 힘들고 어려운 삶의 고비를 넘어가는 사람들에게 다시 없는 용기와 사랑을 전해준다.

우현준 작가는 "질병으로 시각장애를 얻었지만 장애는 장애일 뿐 또 다른 삶의 빛과 영원을 체험하는 삶들이 펼쳐지고 있다"며 "외롭고 힘든 시간들을 이겨내며 시를 평생 써 내며 희망을 밝혀가고 좌절하거나 실의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기독공보 신춘문예 당선 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다. 소백산이 보이는 집에서 아내와 함께 살며 시를 쓰고 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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