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원조 오빠' 남진 통해 들여다본 한국 대중음악사

by 최소원 기자 입력 2024.06.06 15:53
오빠, 남진
온테이블 지음, 상상출판, 320쪽

"너는 그냥 가만히 있어, 내가 다 해줄게~" 한국 대중음악의 아이콘이자 대한민국 최초 오빠부대를 끌고 다녔던 가수 남진의 파란만장한 인생 속엔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가 담겨있다.

'오빠, 남진'은 남진이라는 렌즈를 통해 본 한국 대중음악의 이야기이자 한국 대중음악 역사가 담긴 남진의 첫 책이다.

가수 남진(1945~)은 '오빠부대'의 원조격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자타 공인 1970년대 한국 가요계의 아이콘으로서 라이벌 나훈아와 함께 한 시대를 양분했던 슈퍼스타이다. 1965년 데뷔, 올해 기준 데뷔 60년 차로 79세인 현재도 현역으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63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성황리에 열린 데뷔 60주년 디너쇼는 남진이 가요계 역사의 산증인이자 여전히 레전드급 활동을 이어가는 현역 가수임을 보여줬다.

이 책은 남진의 데뷔부터 영화배우로서의 활동, 월남전 파병, 대한민국 톱스타에 이르기까지 그 화려했던 시대를 기록하고 남진의 시대를 통해 한국 대중음악 100년사를 톺아보았다. 직접 작사와 작곡에 참여하며 노래를 만들어갔던 과정, 영화배우로 활동할 때의 에피소드 등 이제껏 풀지 않았던 '오빠 남진'의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전남 목포 출신의 남진은 '가슴 아프게', '님과 함께', '둥지' 등의 수많은 히트곡을 보유했다. 목포일보의 발행인이자 제5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문옥의 차남으로 태어난 그는 전쟁 직후인 1950년대에 집에 자가용이 있을 정도로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다. 목포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레스토랑에서 팝송을 불러 밴드 마스터로부터 당시 최고 인기가수였던 남일해의 곡을 제작한 작곡가 한동훈을 소개받고 가수 연습생 겸 배우 지망생 생활을 시작했다. 불과 몇 개월 후인 1965년, 그는 한동훈이 작곡한 '서울 푸레이보이'라는 곡으로 데뷔하게 된다. 잘생긴 얼굴 그리고 엘비스 프레슬리를 모창한 창법과 무대 액션으로 당시 소녀 팬들은 열광하기 시작했고, 이는 그 후 '그대여 변치 마오', '님과 함께'와 같은 대표곡으로 이어졌다.

가수 남진의 인생은 우리 대중음악의 고전이다. 세월이 지날수록 빛을 발한다는 점이 그렇고, 모두가 안다고 여기지만 대부분 제대로 모른다는 점 또한 그렇다. 한편으로 그의 인생은 식민지와 전쟁에 지나쳐버린 우리 대중음악사의 자료다. 성장통에 아파하는 동안 차마 기록되지 못했던 중요한 역사가 그의 삶에 새겨졌다. 그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우리는 한국 대중음악사에 잊힌 페이지를 마주할 수 있다.

단순히 '가수 남진'이라는 한 사람의 인생사라기보다 한국 대중음악 100년사를 조명하면서 남진이 태풍의 눈처럼 대중음악을 이끌고 성장시켜가는 과정이 담겼다. 최근 나훈아의 은퇴 선언에 남진이 "저는 힘 날 때까지…"라고 말한 것처럼 영원한 대한민국 원조 오빠 남진은 영원한 오빠로 불릴 것이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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