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극은 고유 전통연희와 연극 융합한 '한국연극'"

by 최민석 기자 입력 2024.05.22 19:06
김도일 '전통연희의 현대화' 출간
광주·대전·대구 마당극 역사 특성 규명
한국 전통문화 원형 시대 반영 세계화
미학 정립·지속적인 실험 차별화 가능

마당극은 연극이 우리의 전통 연희양식과 정신을 기반으로 독자적이고 자생적으로 자리해 왔다.

마당극은 50여년 역사 중 전성기는 지났으나 거리극 축제나 야외 축제에서 볼 수 있고 가끔은 극장에서 선보이기도 한다.

최근 나온 김도일씨의 '전통연희의 현대화-마당극(1978∼2010)'(평민사刊)는 광주·대전·대구지역을 중심으로 마당극이 어떻게 태동하고 진전되었으며, 어떠한 특성을 가졌는지를 살펴보고, 이를 근거로 마당극의 전체특성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출간 의미가 크다.

80년대 이전의 마당극 운동은 서울 중심이었고 정리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그러나 마당극 운동이 지역으로 확장되면서 전국적으로 마당극단이 만들어졌고, 마당극은 지역적 특성과 사건의 시의성, 창작자 또는 집단의 사상적 의지 등에 따라 다양하게 공연돼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종합적 정리와 연구는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마당극이 지역마다 나름 색채가 강한 이유는 보편적 사회문제를 지역화하고 지역의 역사와 사건을 지역의 민속놀이, 굿, 사투리 등 지역 전통문화의 적극적 수용과 계승으로 공연돼 지역문화의 존재를 확인시켜 주었고, 이는 전통문화의 정신적 기반을 잇는 행위였으며 지역공동체의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이 되기도 했다.

일부 비평가들은 마당극이 한국적 사회상황에서 탄생한 정치극이기 때문에 제품의 수명주기에 비유해 한국사회의 민주화는 곧 마당극의 쇠락을 가져올 걸로 판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당극은 상품이 아니라 문화예술 양식이다.

특히 한국 전통 연극의 맥을 잇고 있다는 점과 문화예술의 고유한 특성 중 하나인 사회성을 고스란히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저자는 마당극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 고유의 전통연희와 연극 양식을 융합한 '한국연극'으로 규정했다.

그는 마당극이 K-컬처의 한 문화상품 분야이자 장르로 충분한 성장잠재력이 있다고 봤다.

마당극이 가진 연극적 특성이나 다양성에서 가치를 확인하고 그 가치를 인류 보편적 가치와 관통하면 된다고 말한다.

마당극이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원형과 정서를 가진 점에 착안, 오늘의 시대정신과 감각에 맞게 만들고 이를 세계 보편문화와 접목하면 인류가 공감하고 공유하며 향유할 수 있는 연극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김도일싸는 "마당극의 세계화는 우리의 연극적 유산으로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미학의 정립과 지속적인 실험으로 가능하다고 본다"며 "문화란 서로 다름을 확인하고 상호작용을 통해 발전하는 것이므로 이같은 맥락에서 마당극을 문화콘텐츠로 키운다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객원교수이며, '김우진연구회' 회장과 '한국드라마학회'와 '한국공연문화학회'에서 이사로 활동 중이다. 조선대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극단 '신명'(1982) 창단에 참여하여 마당극 배우로부터 시작해서 기획과 연출, 그리고 대표로도 활동했다. 이후 방송국 구성작가, 영화 제작사 활동, 시민문화단체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조선대에서 강의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로 일했다.

한편 책 부록으로 '오월 광대'라 불린 연극인 고 박효선(1956~1998) 님의 주요 희곡 작품의 주제를 분석한 글을 실었다. 고 박효선씨는 1980년 5월 광주항쟁에 참여한 연극인으로, 미완의 투쟁을 연극으로 실천하다 일찍 타계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