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거대기업에 숨겨진 이야기
윤석천 지음/ 내일을 여는 책/ 224쪽
"다국적기업은 교묘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문화를 전파합니다. 가격, 상징성, 높은 마케팅 능력을 무기로 순식간에 시장을 장악해 나갑니다. 그러는 사이 소비자들의 취향, 입맛 등은 이들의 제품에 길들게 됩니다. 콜라와 햄버거를 일상으로 즐기고 외국산 브랜드를 입어야 만족합니다. 그들이 만들어낸 문화에 동화되어 버리는 거죠."
맥도날드의 햄버거 '빅맥'이 각국의 구매력을 비교하는 데 쓰이는 것은 그만큼 맥도날드의 진출국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다국적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는 이미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자유무역과 세계화에 힘입어 다국적기업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높아져 왔다. 세계화의 퇴조에도 불구하고 다국적기업의 본사와 생산시설을 유치하려는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국가 원수들이 직접 CEO들에게 투자를 요청하는 일도 다반사다.
최근 나온 '글로벌 거대기업에 숨겨진 이야기'는 우리 삶과 긴밀히 연관된 다국적기업의 빛과 그림자를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이들의 투자는 환영할 일이지만 이들이 투명하게 세금을 내는지, 불공정한 방법으로 이익을 빼돌리지는 않는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글로벌 기업의 화려하고 선진적인 이미지에 가려진, 어두운 이면을 놓치지 않도록 말이다.
글로벌 거대기업은 세계화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했다. 냉전 시대에 굳게 닫혔던 시장이 세계화로 활짝 열리자, 이들의 시대가 본격화했다. 그런데 세계화가 후퇴하고 있다. 미·중 간의 패권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는 다시 서로에게 문을 닫고 있다. 1960년대의 냉전 시대가 다시 연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거대기업이 무한 팽창하던 시대 역시 저물고 있다. 하지만 기업의 이익 추구 욕망 자체를 완전히 멈춰 세우진 못하고 있다. 이들의 세계화·다국적화는 시장이 있는 한 계속될 겁니다. 다만, 그 행보에 장벽이 생긴 건 분명하다.
세계화를 '세계인의 질적인 동조화'로 정의하는 한, 그것은 신뢰 없이는 이룰 수 없다. 많은 논란과 비판이 있지만 세계화를 관통하는 철학은 그래서 신뢰이다. 그런데 그것이 무너지고 있다. 현재 세계는 신뢰 대신 불신, 협력보다는 불화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불행한 일이지만, 인류 역사는 가끔 퇴행한다. 지금이 그렇다. 하지만 우리는 인류의 지성을 믿어야 한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완전히 뒤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멈칫하는 듯해도 역사는 진보하기 때문이다.
다국적기업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상품과 서비스와 함께 전파된 문화의 힘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는 다양한 국내외 사례를 통해 다국적기업이 우리 삶 구석구석을 지배하는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또한 그 긍정·부정적 영향을 두루 소개, 기업의 목적과 책임을 묻고 있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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