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넬리엔 드 다인 지음·한혜림 옮김/ 북스힐/ 584쪽
우리는 자유하는 단어에 대해 막연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최근 나온 안넬리엔 드 다인의 '자유'는 오늘날 우리가 기본적인 권리로 누리고 있는 자유에 대해 심도 있게 고찰한 책이다. 자유의 본질은 무엇인지, 지난 2천여 년간 시대적 상황과 정세에 따라 자유의 개념 및 가치는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 역사를 면밀히 살펴본다. 이와 같은 고찰을 통해 자유의 역사가 상아탑에 갇힌 철학자들 사이에서 벌어진 고상한 논쟁의 과정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자유의 역사는 치열한 정치적 투쟁의 이야기이며 그 투쟁에서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자유의 개념이 다양하게 생겨나고 서로 대치했다. 이 책에서는 특히 정치적 개념으로서의 자유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어떤 정치 제도가 있어야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까? 자유 국가란 어떤 모습인가? 저자는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자세히 살펴본다.
시대에 따라 지식인들은 자유에 관해 어떤 주장을 펼쳤으며 자유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자유를 둘러싸고 당대에는 어떤 논쟁이 오갔을까? 저자는 헤로도토스, 플라톤, 티투스 리비우스,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 존 로크, 장자크 루소, 존 스튜어트 밀 등 저명한 사상가, 역사가, 정치가의 저서를 비롯해 자유와 관련된 방대한 문헌을 분석해 자유의 계보를 세밀히 추적한다. 그리고 자유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고 자유의 사상이 발전하는 데 이 지식인들과 이들의 저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밝힌다.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에게 자유는 다른 사람의 지배를 받지 않고 그들 자신을 스스로 통치하는 것을 의미했으며, 자유 국가란 민중이 국가의 통치 방식을 통제할 수 있는 국가를 뜻했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정치적 자유, 다시 말해 민중 자치가 중요하며 이런 형태의 정치 체제만이 개인이 안전하고 독립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준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민주적 개념의 자유는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니콜로 마키아벨리, 에티엔 드 라 보에시 등 인문주의자들에 의해 부흥했다. 인문주의 사상은 이후 18세기에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폴란드의 혁명가들에게 영향을 미쳤으며, 그들은 자신을 스스로 통치할 수 있는 자유를 얻기 위해 혁명을 일으켰다.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자유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생겨 자유가 정부 권력의 제한에 달려 있다는 개념이 수용되었다. 그리고 뱅자맹 콩스탕 등 당대의 자유주의자들은 민주주의와 자유는 전혀 다른 개념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가 자유에 잠재적으로 해로울 수 있다는 요한 아우구스트 에버하르트, 에드먼드 버크와 같은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냉전 시대 이후에는 정부의 영역 및 규모를 축소함으로써 자유를 잘 누릴 수 있다는 견해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유의 역사는 많은 이들이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쳐 싸워온 투쟁사이기도 하다.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학자인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는 공화정을 전복하고 일인 통치를 시작하려는 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시도를 막아 로마의 자유를 수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불명예보다 더 혐오스러운 것은 없다. 노예 제도보다 더 수치스러운 것은 없다."라고 강조하며, "우리는 영광스럽고 자유롭게 태어났다. 이것들을 수호하자. 그럴 수 없다면 존엄하게 죽자."라고 역설했다. 미국 독립 혁명에 앞장섰던 패트릭 헨리는 1775년 영국에 대항해 싸울 것을 촉구한 연설에서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말을 한다. 이후 미국의 혁명가들은 자유의 가치를 잘 표현한 이 유명한 구호를 반공식적 강령으로 채택했다. 오늘날 우리가 당연한 권리로 누리는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이처럼 목숨을 걸고 투쟁했다. 이 책을 통해 그들의 헌신과 희생을 돌아봄으로써 자유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되새길 수 있음은 분명하다.
최민석기자 cms20@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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